李대통령, G20 ‘코리아 이니셔티브’ 가동_베토 카레로 호기심_krvip
이명박 대통령의 28일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은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큰 그림과 함께 의장국으로서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인 글로벌 금융안전망(GFNS)뿐 아니라 외연 확대를 통한 G20 정상회의의 비전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동시에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런 의제들은 한국의 경제개발뿐 아니라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산 경험을 기반으로 선진국과 신흥개발국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발휘한 것이어서 지지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방점..균형성장 겨냥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으로 미는 것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다.
이는 이번 위기에서 보듯이 선진국의 금융회사 파산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개도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이르는 현행 국제 금융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각국이 안정된 경제 성장을 구가할 수 없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에 글로벌 금융안전망 역할을 기대했으나 실제로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IMF 자금을 쓸 때 따라붙는 여러 이행조건은 부정적 인식을 부추겨왔다.
한국이 제시한 해법은 3개 트랙으로 나뉜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지역금융협력체제, 양자 간 금융안전망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지역협력체제는 아세안+3(한국.중국.일본)의 역내 상호 자금지원체계인 CMI(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기금이 그 예다. 양자 간 안전망은 통화스와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완성된 CMI 다자화는 1천200억달러 규모로 한.중.일과 아세안 10개 회원국 전체에 홍콩까지 단일 계약으로 참여한 다자스와프 체계로,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신속한 위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세안+3은 아울러 역내 감시기구 및 신용보증투자기구(CGIF) 설립 등을 추진해 장기적으로 아시아통화기구를 만들어 역내 안전망을 두텁게 할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CMI 사례처럼 지역 간은 물론 전 세계적 금융안전망을 구축하고 인접 국가끼리 금융협력을 통해 안전망을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하자고 지난해부터 제안, 신흥국과 개도국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런 제안이 G20에서 논의되는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의 논리적 구조에도 들어맞는다고 보고 있다.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 의제의 출발이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의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데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생기면 국제결제 통화를 보유하지 못한 신흥국들이 더는 외화보유액 쌓기를 위해 무역 흑자에 매달리지 않게 되면서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위기 연착륙 마무리..금융규제 새 틀 짠다
G20 협력체제 아래 추진되는 금융규제 및 감독체계 개혁은 자본규제 강화와 금융회사의 경기 순응성 완화, 대형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경기 상승기에 최저 자본 이상을 적립해 불황기에 완충자본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 경기사이클을 반영하는 방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위원회(BSBC)에서 이루어지는 국제적 논의를 보면 보통주 중심으로 은행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금융회사(SIFIs)에 대해서는 강화된 자본 규제를 적용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대마불사(Too-big-to-fail)란 용어를 동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분리를 골자로 최근 공개된 미국의 금융개혁 방안도 맞물려 있어 G20의 논의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국제기구 개혁은 일단 IMF와 세계은행 쪽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IMF 쿼터 개혁을 놓고는 과다보유국에서 과소보유국인 신흥.개도국으로 5% 이상의 쿼터를 넘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60%인 선진국 지분을 55% 이하로 낮춘다는 의미다.
세계은행의 투표권 개혁안도 1단계 개혁에서 1.46% 증가한 것에 추가해 투표권이 상대적으로 작은 신흥개도국 등에 3% 이상의 투표권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흐름은 경제 거버넌스가 G7 또는 G8에서 G20으로 옮겨가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한국 등 신흥국과 개도국의 위상이 제고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제도적인 질서 변화와 함께 경제권력의 미세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G20 비전 제시..중간자 역할 제고
이 대통령이 밝힌 아웃리치(Outreach) 개념은 G20의 미래와 직결된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해석할 수 있다. G7이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하면서 보여줬던 한계를 극복, G20의 외연을 넓혀가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 방법론으로는 민간의 협력을 끌어들이고 G20 밖에 있는 국가들의 입장도 고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종전 G20 회의에서 거론된 빈곤 문제와 취약계층 지원강화 문제를 글로벌 차원에서 성장의 혜택을 분배하는 방향으로 더욱 구체화한 것으로 G20의 위상을 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 정상회의 때 세계 유수의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서밋(Summit) 개최를 예고한 것은 앞으로는 정부의 역할에 민간의 역량이 보태져야 제대로 된 성장과 고용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의제 설정에는 한국의 중간자적 역할이 그대로 투영됐다.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이 고려된 것이다. 신흥국과 개도국 전문가들과 정책입안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열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서울회의는 G20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시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